내 나이는 43살이다.
3번의 시즈널을 경험하고 코스트코 신입사원에 지원하였는데 1차면접에서 탈락하였다.
힘든 부서들에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을 참고 견디고 신입사원을 준비하였는데
2차 점장면접의 기회도 주지 않아서 서운함과 짜증, 답답함의 감정들이 있었다가
지금은 새로운 기회가 생겨서 더 만족스럽고 기분 좋게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코스트코에 시즈널 혹은 신입사원 지원은 할 예정이 없으므로
내가 겪었던 상황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코스트코 입사'를 꿈꾸는 예비 시즈널 및 희망에 가득찬 신입 지원자들에게
실제 코스트코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나의 경험담을 적었다.
솔직히 우리 세대 30~50대한테 코스트코는 약간 로망 같은 회사다.
“복지 좋다더라, 시급 세다더라, 평생직장으로 괜찮다더라…”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명절 시즌 시즈널 공고 뜨면, 다들 머릿속에 이런 그림 하나쯤 그린다.
깔끔한 매장, 체계적인 시스템, 직원 전용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유니폼 딱 입고 “고객님, 좋은 하루 되세요”
멋있게 인사하는 내 모습.
하지만 시급 16,000원 준다고 해서 멋진 사무실+여유로운 서비스직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진짜 큰 코 다친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육체노동에 가까운 단순·반복 작업”에 더 가깝기 때문에.

30~50대 시즈널, 상상과 현실의 갭
코스트코 시즈널로 오는 사람들 연령대를 보면 20대도 있지만, 30대~50대까지 정말 다양하다
아이 키우는 엄마·아빠, 회사 그만두고 잠시 쉬는 분, 본업이 있는데 명절 시즌에 한 번 돈 몰아서 벌어보려는 사람들… 나이도, 사연도 전부 다 다르다. 근데 대부분 비슷하게 상상을 한다.
“안에 들어가서 스캐너로 삑삑 찍고, 카트 좀 밀다가 오겠지.”
“시급이 세니까, 일은 힘들어도 뭔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느낌이겠지?”
현실은? 대부분은 단순 반복 업무+세척+창고 정리+시식 같은, 누가 봐도 “몸으로 버티는 일”이 메인이라는 것.
시즈널이 실제로 많이 하는 일들
부서는 운에 따라 갈리는데, 대충 이런 일들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순 번 | 부 서 명 | 업 무 | 주의사항 |
| 1 | 델리 (DELI) | 로티세리 치킨 작업 / 3조 싱크대 및 닭작업장 청소 / 박스에 담긴 폭립, 닭꼬치 트레이에 올려놓기 |
기름때가 많음 / 오븐 화상 주의 설거지로 인한 피부통증 주의 (알러지 반응, 가려움) |
| 2 | 선어 (FISH) | 스티로폼에 신선식품 트레이에 재포장 (생선류, 조개류) / 냉동창고 박스 정리 / 종이상자 및 스티로폼 박스 까대기 / 트레이에 무채 담기 | 특유의 비린내에 적응 필요 / 냉동창고 추위 |
| 3 | 정육 (MEAT) | 고기 도매상품 박스 정리 / 지방육 통 만들기 / 랩핑기계로 도매상품 포장 / 냉동상품 매대 진열 / 냉장, 냉동창고 정리 | 냉동, 냉장 고기 박스 무거움 (허리, 어깨 주의) |
| 4 | FE (계산대) | 손님 구매품들 계산대 위에 올려주고 내려주기 / 물품들 제자리에 갖다놓기 (리턴) / 계산 끝나고 물건 담을 박스 계산대 밑에 채워주기 | 손님들한테 매번 물어봐야 함. ("올려드릴까요?" , "몇 번에 나눠서 계산하시나요?" 등) |
| 5 | MD | 냉동, 냉장 식품 채워주기 / 진열상품 정리 | 허리 조심 |
| 6 | 푸드코트 | 계산대 업무 / 설거지 | |
| 7 | 농산 | 시식 / 파레트로 농산품 채워넣기 / 농산품들 정리 |
이 중에서 실제로 내가 경험한 시즈널은
선어(2개월), 델리(2주), FE(2주), 정육(1개월)이고
나머지 부서들은 일하면서 본 것들을 적은 거임.
지금 적은 내용들은 직업하거나 계속 봤던 일들이니 코스트코 어느 지점에 가서 시즈널을 해도
대략 업무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함.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
필요한 물품은 없다. 안전화는 입사한 당일 날 오리엔테이션할 때 각 부서 팀장들이 다 구매해 준다.
제일 준비해야 할 것은
| 자존심을 내려놓을 것 |
| 스트레스 관리 |
| 체력 관리 |
| 빨리빨리에 익숙해 질 것 |
이 4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추석과 설날 시즈널을 하면서 오리엔테이션 때 기대에 가득찬 사람들의 표정을 많이 봤다.
하지만 1주일 정도 지나면 담배를 끊었던 사람들도 흡연장에서 담배피고 있고,
웃음기가 사라지고 무표정으로 일하는 시즈널들을 보는게 80%이상이었다.
코스트코는 군대랑 비슷하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무조건 선임이다.
거기에 우리는 시즈널. 즉 계약직 사원이므로 정직원들 모두에게는 '선배'라는 존칭을 써야하고
매니저와 팀장은 매니저님, 팀장님이라고 존칭을 써야한다.
다들 친절하다. 물어보면 잘 가르쳐 준다.
그래도 간혹 5명 중에 1명 정도는 무섭거나 이상한 선배들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정해진 업무 메뉴얼이 없다.
직원들이 기본적인 틀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저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데요.' 라는 말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배우고 그 중에서 가장 적당하고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하려고 하면은 항상 이런말을 듣는다.
'조금 더 빨리 해주세요', '속도를 조금 더 높여주셔야 해요' '그렇게 천천히 하시면 안돼요'
'원래는 몇 분, 몇 십분 안에 다 하셔야 되요'
이 말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노이로제가 걸릴 수 있다. 그래도 적응해야 한다.
상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나을 수 있지만 냉동, 냉장창고를 들락날락 거리거나
무거운 박스나 물품을 나르는 업무를 할때는 진짜로 허리랑 어깨 조심해야 한다.
특히 냉동박스는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서 진열대로 가지고 나갈 때랑 진열할 때 모두 조심해야 한다.
설거지 업무 하는 사람들은 옷이나 신체부위에 안 묻도록 조심해야 한다.
일할 때 검은색 카고바지를 입고 일했는데 세척세제가 성분이 강해서 세제가 튄 곳은
주황색으로 변했고 지금도 수십 차례 세탁기에 돌려도 그대로 남아있다.
트레이나 통을 세척하는 사람들은 장갑을 끼고 진한 분홍색 마미손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세척을 하는데
일 끝나고 나면 피부에 알러지 반응이나 간지러움 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미리
약국에서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나 연고를 준비하는 게 좋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미리미리 하고 힘들고 답답해도
참을 수 있는 스트레스 관리를 미리 준비해야 버틸 수 있다.
코스트코 정직원 혹은 시즈널을 꿈꾸는 30~50대에게
코스트코는 분명 복지도 괜찮고, 시급도 높고
누구나 다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할 때도 '코스트코에서 일해' 라고 하면
뭔가 대기업에 다니는 느낌이고 업무도 멋진일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시즈널로 처음 들어갈 때 “여기 평생직장각이다, 내부는 다 시스템화돼 있어서 멋지고 편할 거야”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면 정말 큰 코 다친다.
단순 반복·세척·정리·시식,청소 같은 노가다를 매일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시급 16,000원을 주는 만큼 나에게 요구하는 일과 관련된
체력·멘탈·서비스 마인드를 버틸 각오가 되어 있는지.
이걸 먼저 솔직하게 체크해 봐야 한다.
버틸려면 다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힘든 건 아는데 다른 곳에서 8시간 일해서 10만원 벌 수 있는 걸 여기서는 6시간 동안 일하면서 비슷하게 벌자나.”
"그래도 6시간만 힘들게 참고 일하면 되니까..."
이런 마음으로 몸과 마음 단단히 준비하고 들어가면 코스트코 시즈널은 분명 짧고 굵게 돈 벌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직장 로망+시급 높은 꿀알바”로만 바라보고 들어가면
아마 첫 주부터 이렇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 코스트코는 편하게 구경하면서 장보러 올 때가 좋은 곳이었구나.. ”